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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Korea)/전국일주

[바이크 전국 일주] 비 맞은 생쥐 꼴 (후포-울진-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


2008년 3월 23일 일요일 비옴.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였는데 방은 완전히 깜깜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 이런데서는 아침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계속 잘 수 있겠다. 불을 켜고 창문을 여니 햇빛은 온데간데없이 빗방울만 떨어지고 있었다.
 
'헛.. 이런... 아~! 큰일이네..'
 
침대로가서 털썩 누워버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비를 맞고 이동할 것인가, 35000원 더 내고 하루 더 묶을 것인가...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하다가 결론은 '그럴 형편이 안된다, 비를 맞더라도 가까운 찜질방으로 이동하자' 였다. 짐을 다시 꾸리고 바이크가 주차되어있는 주차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천시 감싸려고 준비해 둔 랩으로 네비게이션을 감싸고, 일회용 비닐로는 네비게이션 충전하는데 쓰이는 시가 소켓을 감쌌다. 방수가 되길 바라면서...
 


바이크 리어백과 사이드백은 방수용 커버가 있어서 다행히 감쌌다.


어제 김밥과 라면을 산 편의점에가서 1회용 비 옷을 구입하였다.


랩으로 감싼 네비게이션
 
제발 아무 이상 없어라!


시가잭


자켓 위에 입을려고 시도했으나 자켓 안에 든 보호대와 껴 입은 옷들이 두꺼워서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결국 버리고 그냥 출발하기로 하였다. 에잇! 폼생폼사 그냥 가자!
 
억수같은 비룰 맞으며 경상북도 울진을 지나고 강원도 삼척까지 가는 길에 울진과 원덕 사이의 7번국도 일부 구간이 자동차전용도로였다. 우회도로가 있었지만 비도오고 이런 곳에 경찰이 있겠냐하면서 그냥 내달렸다. 10km 쯤 더가서 터널이 나왔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어 비상등을 켜고 터널안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비로 인해 젖은 장갑과 부츠 그리고 양말을 짤기 시작했다. 자켓과 바지도 비로인해 흠뻑 젖어 있었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념이라고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나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내 앞에 섰다.
 
경찰 :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나   : 아니요 비가 많이와서 잠시만 정차 중이었습니다.
 
경찰 : 아, 그러십니까 어디서 오셨죠?
 
 나   : 경남 마산에서 왔습니다. 전국 여행 중입니다.
 
경찰 : 그러시군요. 여기 자동차전용도로라 이륜차는 통행 하실 수 없습니다. 나가주십시오.
 
 나   : (몰랐던 척하면서) 예? 정말요? 아 몰랐습니다. 내려갈께요~
 
경찰 : 네 수고하세요~.
 
 나   : 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걸리게 되다니' 그래도 다행인게 딱지를 안끊겼다는 것이다. 난 7번 국도라해서 자전거 여행 객도 많을 것이고, 자동차 도로가 있을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7번국도가 고속화되면서 이런 구간도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구간구간 마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있었는데, 우회도로로 갔다가 7번 국도로 올라갔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몸뚱아리는 강원도에 있었다.
 
'워~ 씨끕(고생,식겁)했네..'  


...흠뻑 젖은 상태...
 
체온은 떨어져만 갑니다.




양말과 장갑을 벗어 물기를 짜내어 봅니다.


터널 안에서 찍은 동영상은 제일 밑에 있다는...
 
강원도에 입성하고 반대편 차선에 자전거로 여행하고 계시는 듯한 분을 뵈었다. 서로 눈빛이 통했는지 서로 계속 쳐다봤는데,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50대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나       : 안녕하세요 (^^) 자전거로 여행하고 계신가봐요?
 
아저씨 : 안녕하세요 (^^;) 통일전망대 갔다가 이제 내려가는 중이구려...
 
나       : 아 그러세요~ 저는 이제 올라가는 중이에요.
 
아저씨 : 어디서 왔어?
 
나       : 경남 마산입니다. 전국일주 중이에요.
 
아저씨 : 오~ 나는 경남 김해야 반가워. 혼자다니는거야?
 
나       : 네 ^^; 비가 많이와서 속초까지 가려구요.
 
아저씨 : 허허 가는 김에 통일전망대 밑에 거진까지 가지 왜 속초까지만 ..^^
 
나       : 아 속초 시내에 찜질방이 있어서요. 
 
아저씨 : 허허 그렇겠네 나는 일행이 있는데 그 녀석 뒤쳐저서 아직도 안오네..
 
나       : 아 그러시군요 조금더 올라가다보면 자동차전용도로가 나오는데 피해서 가세요~
 
아저씨 : 고맙구려 젊은이 열심히하게~
 
나       : 네~ 조심히 내려가세요~


도촬 ^^
 
조금만 더 내려가다보니 일행을 보이시는 아저씨께서 쉬고 계셨다. 나는 아저씨께 다가가 위에 일행분 가시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아저씨도 곧 따라 갈거라고 하셨다.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삼척으로 향했다. 강원도라 그런지 도로가 계속 구불구불하였는데 빗길이라 자칫 잘못했다간 넘어질까봐 아주 천천히 달렸다.
 


으아~ 추워~ 죽겠어~
 


주유소에 들렀는데 꼬맹이가 뛰어나온다. '우왕ㅋ굳ㅋ'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어머니 되시는 분께서 비 맞는다고 들어와라고 부르니 그대로 쫄랑쫄랑 들어가버린다. 주유를 하고 나서 젖은 장갑을 짤았다.
 
'으~ 짤아도 짤아도 계속 나오네'
 
그렇게 계속 벌벌 떨면서 '속초에 어서 도착하기를...' 하면서 묵묵히 달렸다. 강릉 주문진을 지나치는 중에 반대편 차선에서 바이크 4대 정도가 지나갔다. 손을 흔드셨는데 나는 그것을 뒤늦게 보고 인사를 하지 못했다.
 
 '와.. 나 말고도 빗길에 바이크타는 사람이 있구나'
 
몇일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분들 중 한 분께서는 이륜차로 세계여행 카페 회원이셨던 것이다.


  사실 3월 22일 토요일에 서울에서 안동으로 이륜차로 세계여행 카페 회원님들이 투어가신다고 하여서 나도 참석하여 얼굴을 뵈려했지만 그 전 날 무리한 음주에 늦게 일어나고 가까울 줄만 알았던 안동을 경로 탐색해보니 원래 계획인 삼척보다는 거리가 가깝지만 이미 시간이 늦은지라 계획을 수정해야 했었다.  여행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많은걸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인데, 늦잠을 자버리고 그랬으니...7번 국도를 계속 달리며 바다를 보니 기찻길이 있었다. '기찻 길이 바다와 저렇게 가까이 붙어 있다니..' 정동진역은 바다와 가장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아 삼척에서 동굴도 못보고 정동진에와서 정동진역과 기찻길 바다도 못보고 그냥 가야된다니... '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제 밤에 시내로 들어가 찜질방에 가서 잘 껄...'라며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이미 지나쳐 온 길이니 우찌할꼬...속초에 거의다 도착했을 때 나의 몸은 말이 아니었다. 정말 진짜 추워서 진심으로 온 몸이 떨고 있었다. 덜덜덜덜. 찜질방 앞에 주차를 한 뒤에 짐을 꺼내고 건물 1층 화장실에 들어가 마른 옷으로 갈아 입었다. 포항 호미곶에서 사온 솜사탕도 먹었다. 솜사탕을 그렇게 맛있게 먹은 적은 없었다. 짐을 한 꾸러미들고 찜질방으로 올라가 돈을 지불하고 옷장 키를 받았다. 일단 젖은 옷들과 짐들을 옷장에 넣고 사우나에 들어갔다.
 
따듯한 물에 들어가서 안도와 기쁨의 한숨을...
 
'흐아~'
 
찜질방 옷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가서 밥을 먹었다.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여기서도 공기밥을 추가로...
 허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옷장에서 젖은 옷을 하나씩 꺼내어 말리고 다 말리면 다른 옷을 가져와 말리고하는 식으로 모든 옷을 말렸다.그러고나서는 컴퓨터 실로 들어가 사진 보정 및 블로그 업데이트를 했는데, 중딩들 게임하면서 얼마나 시끄럽던지.. 엉덩이를 철썩철썩때려주고 싶었다. 이놈들!!
 
밤이 되자 초딩과 중딩은 집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나는 수면실에가서 벌러덩 누웠다. 삼척과 동해에서 동굴을 지나치고, 정동진을 지나친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잠을 청했다.
 
 

 
 
밑에 글은 여행 당시 블로그에 썻던 글이다.

지금은 강원도 속초시 찜질방에 있습니다. 여행기를 쓸 시간이 없는지라 사진만 올리는 방향을 하고 글은 집에 도착하거나 여유가 많을 때 쓰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은 비를 쫄딱 맞아 터널에서 정차하여 잠시 쉬다가 경찰에게 걸린 상황이네요. 터널인것도있고 자동차전용도로였습니다. 다음부턴 안올라갈게요 -_ - 어쩔 수 없었음.. ㅜ_ㅜ
오늘은 속초에서 쉬고 내일 통일전망대에 갔다가 춘천까지 갈 예정입니다. 서울은 그 다음 날에 도착하겠네요. 비가 안오길

○ 주행거리 : 317KM
○ 소요경비 : 주유비(8270원), 찜질방(10000원), 점심 겸 저녁(6000원), PC사용료(6000원), 파워에이드(2000원)
○ 이동경로 : 경북 후포 보성장 → 평해 → 울진 → 7번국도 → 원덕 → 삼척 → 동해 → 강릉 → 주문진 → 양양 → 속초